기발함에 대한 환상
요약
연구를 함에 있어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오해는 바로 기발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일 뿐이고, 환상이 걷히고 나면 치열함과 꾸준함만이 남는다. 사람이 하는 생각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누가 실제로 끝까지 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발함이 아닌 꾸준함에 우리 가치를 두어야 한다.
본문
혹시 연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같은 단어가 생각나는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위인 전기에서 사람들의 천재성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뉴턴의 사과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은 우리가 기발함에 대한 환상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연구의 실상은 기발함에 있지 않다. 분명 뉴턴은 사과 하나 떨어진 것을 가지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고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떨어지는 사과는 단지 그가 관찰한 수많은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뉴턴이 실제로 한 일은 다양한 현상을 관찰하고, 수치를 기록하고, 매일매일 괴롭게 고민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즉,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결과는 번뜩이는 천재성이 아닌, 꾸준한 관찰과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발함이 아닌 꾸준함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 남들보다 탁월한 지성으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하자.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높은 확률로 다른 누군가 언젠가 한번쯤은 해 보았던 생각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다 비슷한 역량과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누가 먼저 생각하는지가 아닌, 누가 먼저 끝까지 해 내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이 몇번 반복되면 생각을 실제로 옮기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며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스스로 얼마 전까지 기발함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연구에 자신이 없고, 지금까지의 성과가 초라해보인다면 자신이 현재 기발함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자. 그리고 진정한 힘은 꾸준함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글이 미래의 나를 비롯한 연구 초년생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